엄마는 괜찮아
- 김도윤 -
2022/06/21
정말 간만에 가슴이 먹먹한 책을 읽어보았다.
1. 책의 내용 (줄거리)
p.47
단테의 『신곡』 '지옥편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이 문을 지나는 자는 희망을 버릴지어다."
희망을 찾지 못하는 자는 그가 어디에 있든, 지옥일 것이다.
힘든 사람에게 힘내라는 말처럼 폭력적인 말이 없듯이, 마음이 아픈 사람에게 희망을 가지라는 말처럼 덧없는 말이 없다.
하지만 살아남기 위해서는 억지로라도 희망을 찾아야 한다. 찾지 못하면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만들어내야 한다.
p.56
낭떠러지 사이의 외나무다리를 건널 때는, 눈앞이 훤히 보이는 것보다 안개로 흐려져 보이지 않는 편이 오히려 걷기 편한 법이다. 불안해도 눈앞이 보이지 않으니까, 보이더라도 선명하게 보이지 않으니까. 그리하여 떨어지는 그 절망의 공포가 온몸에 고스란히 퍼지지는 않으니까. 그때 내가 딱 그랬다. 그래서 정신과에 가지 않았다. 아니, 가지 못했다.
p.96
인생이란 트로피를 모으는 것과 같다고, 결국 모든 건 자랑하기 위함이라고, 처음에는 세상에 그리고 가족에게, 결국은 자신에게 자랑하기 위해서라고
p.121
그렇게 나는 속마음을 자주 이야기하며 화를 비우는 습관을 들였다. 그때그때 상대는 달랐지만 저마다 제 역할을 해주었다. 각자 해줄 수 있는 이야기가 달랐기 때문이다. 자신의 감정을 풀어놓는 게 어색하고 불편한 사람은 정신과 전문의나 심리상담가를 만나보길 추천한다. 그들은 감정이 편하게 플러나올 수 있도록 돕는 전문가들이다.
p.154
엄마가 너무 보고싶은데, 엄마를 다시 만나면 엄마가 우리 가족을 다시 만나게 될까 봐. 구두쇠에 답답한 아버지를 만나 상처받고, 형을 만나 다시 그 오랜 세월 동안 마음 아파하실까봐. 그래서 엄마가 보고 싶지만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아. 아니, 다시 만나지 않아야 해. 그냥 보고 싶은 이 마음을 내 마음속에 꾹꾹 눌러놓고 그렇게 살아갈래. 그럼 엄마가 이번 생처럼 불행할 리는 없잖아. 혹시나 다음 생에 태어나 언제 어디선가 마주치더라도, 너무 아프겠지만 그냥 모르는 척 지나가고 싶어. 엄마같이 마음 따뜻한 사람이 우리 때문에 고생을 너무 많이 하셨거든. 나 때문은 아니지만 우리 가족 때문이니까. 결국 그건 나 때문인 거니까."
p.168
우울증을 앓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주변인들로부터 도음을 받기가 점점 힘들다는 것을, 냉정하게도 인간은 타인에게 지독히 무관심하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나를 구제해줄 수 없다는 것을, 나를 살릴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라는 현실을 말이다. 슬픔은 나누어도 반이 되지 않는다.
p.169
그런데 그때 알았다.
결국 나 스스로 일어서야 한다는,
나를 일어서게 할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뿐이라는, 아주 당연한 사실을 말이다.
p.177
나도 알고 있다. 인생을 살면서 각자 힘든 일이 있기 마련이고, 그 고통을 상대적으로 비교하며 너의 고통은 나의 고통에 비하면 별것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엄청난 폭력이라는 사실을. 하지만 아픔은 개인적인 것이라, 내가 고통스러워한다면 누군가에게 이해받고 인정받지 않아도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누군가에게는 먼지만 한 상처여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우주만큼 아프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리하여 위로란 참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그때 배웠다.
혹시 주변에 힘들어 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설프게 자신의 고통을 꺼내지는 말자. 굳이 위로하려 애쓸 필요 없이 그 사람의 상처를 바라봐주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의 이야기를 온전히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의 마음에 풀잎이 다시 자랄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p.185
잦은 악몽으로 잠을 못 이루고, 뜬눈으로 아침을 맞아 힘들어할 때 한 친구가 내게 이야기했다.
"네가 힘든 이유는 기억 때문이잖아.. 그 기억을 빼면 너는 지금 누구보다 잘 살고 있잖아. 그 기억만 지우거나 생각하지 않으면 되지 않을까? 네가 어찌할 수 없는 기억들로 너를 너무 힘들게 하지는 마. 너는 언제나처럼 최선을 다했잖아."
맞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 삶이 힘든 이유 중 하나는 과거의 기억이 쉽사리 잊히지 않기 때문이다. 그 친구 말처럼 내게 힘들었던 기억을 조명의 전원 버튼처럼 켰다 끌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한번 자리 잡은 안 좋은 기억은 내 마음대로 끌 수가 없다. 그냥 전등을 켜놓은 채로 밤에 잠을 자는 것에 익숙해져야만 한다.
중요한 것은 그사이에 내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다른 무언가를 천천히 만들어가는 것이다.
p.210
그들이 차지하던 공간은 어쩌면 평생 채울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행복해야 했다. 나의 행복이 엄마의 행복이었기에, 나는 반드시 행복하게 살아야 했다. 세상이 내게 가져다준 불행을 이용해서라도, 이 뼈아픈 절망을 이용해서라도 나는 반드시 살아남아 행복하게 살 것이라고. 살아내고야 말 것이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2. 개인 견해
이전에 엄마에 관련된 책을 읽어봤던게 적어도 5년전이전이었던 것 같다.
6글자의 제목이며 사람많은 곳에서 엄마를 놓쳤다가 그대로 엄마가 실종되는 이야기 였는데...
그 글을 보면서도 엄마에 대한 내리사랑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는 책이였다.
이번 책은 내가 설마 읽었던 김도윤작가가 적은 책인가? 라는 의문을 가지며 책을 봤었는데 설마가 사실이 맞았었다.
현재 유튜브에서 구독자 100만이 되며 정말 승승장구하는 김도윤 작가였다는게 믿기지가 않았다.
이런 놀람은 책을 읽으면서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았다.
엄마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인해 무너져내린 자신을 그리고 이런 일이 일어난 원인 및 이후의 삶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위의 책의 내용중 발취록에서도 볼 수 있고, 문구를 빌려오자면
특히나 (나 또한 마찬가지) 엄마의 부재는 한 사람의 세계관이 무너지는 느낌일 것이다.
이거는 굳이 경험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지 않을까.
항상 익숙한 것에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기. 가까운 사이일 수록 더욱 조심하게 대하기.
사람 관계에 있어 내가 생각하는 것들 중 하나다.
하지만 생각처럼 잘 되지 않는게 바로 가족이지 않나 싶다.
책을 읽으면서 또한 놀랐던 점이 이렇게 김도윤 작가가 정말 심금을 울릴 정도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한 켠으로 마음속에 이런 아픔을 가지고 있었다는 게 내가 속상할 정도였다.
이번 책을 읽으면서 김도윤 및 제갈현열 작가들의 책들을 몇 개 더 찾아봐서 읽어봐야겠다.
그리고 날개가 없다 그래서 뛰는거다도 다시 한 번 읽어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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